[번역] 토가이누의 피 오피셜 숏스토리(린) 월하점(月下点)

린의 과거 이야기. 린의 이야기를 클리어하신 후 읽으시길 권장합니다.

텍스트로 공개하지만 외부링크 외의 재배포 등은 허가하지 않습니다.

 

린의 SS를 마지막으로 토가이누 공식 외전 SS 번역을 전부 완료했습니다.

더보기

번역: cherry(티스 관리자)

 

설마, 싶었다.

다른 사람이다. 그리 생각해도, 한동안 심장이 빠르게 뛰어 멈추지 않았다. 약간 닮았을 뿐이다. 얼굴과 분위기가.

그도 그럴 것이, 그 녀석은.

 

ㅡㅡ이미 어디에도, 없으니까.

 

 

Bl@ster에서 페스카 코시카가 유명해지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참가하는 무리의 대부분은 어중간한 생각인 녀석 투성이었으니까.

모두 입으로는 죽이고 싶다는 둥 어떻다는 둥 말하지만, 실제로 그런 용기가 있는 녀석따위 없다.

그런 것을 상대에게 진심으로 기대하고 덤비면, 우스울 정도로 손쉽게 꼬리를 말고 도망친다.

이 녀석 제정신이 아니야, 라며.

제정신이 아닐 리 없지. 어느 쪽인가 하면 놀아준 거다. ㅡㅡ진심으로.

그런 녀석들의 겁에 질린 얼굴을 보면, 오싹거린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녀석들. 무리를 만들어 자신을 지키며, 그걸로 강해진 줄 안다.

그 한 명 한 명을 무리에서 떼어내, 해체해서, 한껏 겁을 집어먹게 해주는 게 재밌었다.

어차피, 너희들의 인연 따위 가짜니까. 거짓이니까.

우리들만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페스카 코시카만은 ...... 절대.

 

심야. 앞으로 몇 시간 후면 지평선에 태양이 얼굴을 내밀 무렵, 오늘도 승리의 미주에 취해 기분이 업되어 서로 떠들다가, 린은 동료들과 아지트로 귀환했다.

어깨동무를 하며 농담을 던지는 무리의, 닳고 닳은 주먹에 들러붙은 셀 수없는 양의 혈흔.

옷과 얼굴에 덕지덕지 묻어 있는 자도 있다.

그래도 모두, 개운한 얼굴로 보란 듯이 웃고 있었다.

오늘의 [보복]은 한층 더 거창하게 해치운 것 같다. Bl@ster종료 후에 행하는, 적대한 팀에게 문자 그대로의 [보복]이다.

할 때는 언제든 전심전력으로 ㅡㅡ그것이 모토였다. 죄악감 따위 없다. 있는 것은 달성감과 우월감.

내일은 이 AREA:GHOST에, 그리고 Bl@ster안에 소문이 퍼져나가겠지.

자신들의 힘을 깨닫게 하기 위한 발판이 하나 늘어났으니까,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흉흉하기까지 한 악행을 태연하게 해치우는 우두머리, 통칭 코트....린에게, 팀의 사람들은 존경과 두려움을 품고 대하고 있었다.

 

아지트에 돌아오자, 각자 좋을 대로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또 술을 마시기 시작한 자가 있는가 하면, 앉자마자 엎어져서 잠에 빠진 자도 있다.

이 아지트는 지하에 은닉하게 만들어져, 들어오면 금세 살풍경한 콘크리트의 회색에 눈앞이 가득 찬다.

일단은, 안에 작은 방도 몇 개 있지만, 거의 이 넓은 거실 같은 상태의 스페이스에 몰려 있었다.

그런 가운데, 린은 쉬고 있는 동료의 앞을 지나쳐 작은 방으로 향했다.

린과 팀의 넘버 2인 카즈이는, 안쪽의 작은 방을 하나씩 쓰고 있다.

 

지금은 자신의 방이 아닌 쪽 ㅡㅡ옆 방을 노크도 없이 밀어젖혔다.

[....또 하고 온 거냐]

곧장 날아든 첫마디는, 그다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안색을 살필 생각도 없다. 뒤가 켕기는 짓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린은 문을 닫으며, 벽에 기대 팔짱을 낀 카즈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뭔가 불만이라도?]

 

가볍게 턱을 올리며, 약간 도발적으로 되묻는다. 사뿐히 생생한 철분의 냄새가 감돌았다. 몸에 묻은 피냄새다.

카즈이는 [보복]에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는다. 페스카 코시타의 넘버 2가 될 정도니, 실력은 확실한 것이었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실력을 행사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카즈이에게 있어 [보복]은, 필요한 것이 아닌 듯하다.

페스카 코시카의 기본은 즐기는 것이다. 즐기려 하지 않는 자를 억지로 끌어내려 한들 어찌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내버려 뒀지만, 사실은 와주었다면 처리가 끝나기까지의 시간이 단축되었을 거고, 게다가 훨씬 즐거워지겠지. 등등을 생각했다.

카즈이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잠자코 있다.

 

[.........]

[뭐야]

가만히 응시당해 불편해져서, 가볍게 쏘아보자, 카즈이는 한 차례 눈을 감고서 낮고 침착해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 그만둬]

[뭐가?]

 

[알고 있잖아]

[왜]

 

[너무 지나쳐]

[당하면 갚는다. 한다고 정하면 철저하게 한다. 그게 우리들의 방식이잖아. 안 그러면 우습게 볼 거야]

 

[......]

린이 반항의 의식을 드러내는 말로 반발하자, 카즈이는 작게 한숨을 지으며 기대어있던 벽에서 몸을 일으켰다.

분노라고도 슬픔이라고도 할 수 없는 복잡한 눈길로, 문 앞에 서있는 린 쪽으로 다가온다.

ㅡㅡ맞는다. 조건반사로 몸을 긴장시킨 린의 뺨에, 차가운 것이 살며시 닿았다.

카즈이의 손바닥이었다.

 

[....린에게, 피는 어울리지 않아]

작게 중얼거리고, 카즈이는 그대로 린의 옆을 지나쳐 방을 나갔다.

 

[.......]

방의 주인이 사라진 뒤에도, 린은 그 자리에 우뚝 서있었다.

카즈이에게 만져진 뺨이, 내측에서 은은하게 열을 띠기 시작한다.

그 부분에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대고, 까슬거린 감촉을 깨달았다.

....피인가.

말라있다. [보복] 때 묻은 거겠지.

순간, 카즈이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아 떨어지지 않았다.

ㅡㅡ린에게, 피는 어울리지 않아.

 

[......., 그러면, 뭐라는 거야....]

갑작스레 격렬한 짜증에 휩싸여, 린은 억세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분함과 비슷한 이 감각이 무엇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보복]이 끝나면 약간 흥분해 있다. 상대가 카즈이가 아니었다면, 이유가 무엇이든 방을 나가기 전에 붙잡아 쓰러뜨렸겠지.

그러나, 조용히 응시하는 카즈이의 눈길은 결코 비난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지는 이상한 기백이 있었다.

.....하나뿐이다.

그런 생각에 이르러, 린은 뒤를 따라가려고 카즈이의 방을 나왔다.

 

카즈이는 높은 장소에서 별을 보는 걸 좋아했다. 맑은 날의 밤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밖에 나가, 하늘을 보고 있었다.

페스카 코시카는 방약무인한 태도 탓에 원한을 살 일이 많아, 눈속임의 의미도 포함해 복수의 아지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 아지트 전부가, 깨닫고 보면 무의식 중에 하늘이 잘 보이는 곳 근처를 고르게 되어 있었다. 지금은 바로 위가 약간 높은 언덕이 되어 있고, 상당히 경치가 좋다.

초목이 울창하게 우거진 비탈길을 오르자 생각대로, 카즈이는 그곳에 있었다.

땅바닥에 앉아,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아까의 일이 있기에, 약간 주저하면서, 린은 카즈이에게 다가가 말없이 그 옆에 앉았다.

카즈이는 아무 말 없이, 린 쪽도 보지 않고 시선을 하늘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옆얼굴에 분노는 없다. 하늘에 푹 빠져있어 눈을 뗄 수 없다 ㅡㅡ그런 느낌이었다.

밤에 익숙해진 눈으로, 가만히 살핀다.

카즈이의 머리카락은 언뜻 보면 검지만, 실은 약간 푸른 끼가 있다.

수수하니까 평소에는 알 수 없다. 다른 무리도 그냥 검정이라고 생각하겠지.

밤의 달빛에 비친 순간, 환상적으로 푸른색이 비친다.

왜인지 햇빛이 아닌, 달빛에.

그것이 참을 수 없이 예뻐서, 몰래 바라보고 있었다. 카즈이의 조용하지만 고상한 미모와 닮았다.

 

[나는 말이야, 린]

곁눈길로 훔쳐보고 있자니, 대뜸 카즈이가 말문을 열었다. 심장이 아플 만큼 뛴다.

 

[....뭐가?]

눈치채일까 당황하여 시선을 돌리면서, 린은 평정을 가장하며 무뚝뚝하게 답했다.

그런 모습을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카즈이는 말을 이었다.

 

[언젠가, 저 별의 하나에 가보고 싶어]

[......별?]

갑작스러운 화제에 놀라면서,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은 아침 무렵에 비가 내린 탓인지 공기가 맑아져서, 몇 개의 별이 또렷하게 깜박이고 있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거야?]

[뭐, 그렇다고 해야겠지]

 

[애 같아]

무심코 생각한 걸 그대로 입밖에 내버렸다.

별에 가고 싶다니, 꽤나 로맨티스트 아닌가.

 

[..... 시끄러워]

카즈이는 아주 잠깐 욱한 것 같았다.... 흔치 않은 일이다.

 

[상관없잖아, 애든 뭐든. 쭉 예전부터 꿈이었어]

[흐응]

 

정색을 하는 카즈이를 보는 게 신선해서, 내심 유쾌함을 억누르며 린은 알맹이 없는 반응을 했다. 두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당긴다.

애 같다 말하면서도 사실은, 조금 부럽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의 꿈을 생각하면, 그럴듯한 소원이 무엇 하나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페스카 코시카가 있으니까 됐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꿈이라 한다면, 그저 어쨌든 ㅡㅡ형을 뛰어넘는 것. 형에게 이기는 것. 그것뿐이었다.

그래서, 어른스러운 카즈이도 보통의 아이인 거라고, 당연한 것을 새삼 생각했다.

 

[....나도 데려가]

무심코, 그런 말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어?]

카즈이가 놀란 얼굴로 돌아본다. 무의식적이었던 만큼, 오히려 린 자신이 말한 후에 놀라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부끄러움이 치밀어 올라, 당황하며 얼굴을 돌린다. 금세 뒤에 카즈이의 작은 한숨이 들렸다.

비웃는 것도 기가 막힌 것도 아니었지만, 상황으로 보자면 기분이 상해서, 독설 한마디라도 해주겠다고 생각한 순간.

 

[좋아. 내가 갈 때, 같이 가자]

그렇게 말하며, 카즈이는 장난스레 웃었다.

당황했다. 멋지게 독기를 뽑히고 말았다.

[....들렸으면 되묻지 마, 성격 나쁘네]

창피함을 숨기려고 퉁명스럽게 중얼거리자, 카즈이는 조금 재밌어 보인다는 듯 웃으며, 얼마 안 가 다시 밤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린도, 크게 울리는 고동을 눈치채지 못하길 바라면서, 잠자코 하늘을 올려보았다.

 

그로부터 한동안 어느 쪽도 말이 없었고, 그렇기는 해도 온화한 시간이었다.

끝을 알 수 없이 펼쳐진 하늘에 파묻힌, 보석 같은 별과 달.

낮에는 햇빛에 흐려져서 보이지 않는 주제에, 하늘이 어두워지는 것만으로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싶다.

화려하게 빛나는 것 보다도, 가만히 따라붙는 반짝임 쪽이 더 좋다, 그런 생각을 굴리면서, 린은 곁의 청색이 스민 흑발로 시선을 돌렸다.

밤의 별하늘과, 달빛에 비치는 카즈이의 머리카락. 밤에만 볼 수 있으니, 언젠가 사진으로 남기기로 결심했다.

본인은 알고 있을까. 자신에게 무심한 구석이 있으니, 아마 모르겠지.

갑자기 보이면서, 놀라게 해주는 게 좋겠다.

거기서, 문득 하나의 의문이 마음에 걸렸다.

 

[....카즈이는, 여자 같은 거 없어?]

물어보자, 약간 놀란 눈길이 향해졌다.

 

[뭐야 갑자기]

[아니, 꽤 다른 녀석들은 이것저것 하고 있으니까. 그런 쪽은, 어떤가 싶어서]

만약 친밀한 사이의 상대가 있다면, 머리카락의 일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찜찜했다.

 

[어떤가, 라니...]

약간 쓴웃음을 뒤섞으며, 카즈이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쳐. 위태롭고]

[뭐야 그거, 보호자타령이냐. 나랑 하나밖에 나이 차이 나지 않는 주제에]

 

확실히 카즈이는 팀 안에서 한 수위로 인정받고 있었다. 신뢰받고 있다.

결코 소리를 지르거나 화내거나, 폭력으로 밀어붙이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통솔력은 자신 이상이 아닐까 생각했다. 카리스마성, 이라 해야 할까.

카즈이의 의견에 반대하는 자는, 팀 내에서 아무도 없었다.

 

[너야말로, 어때]

[........에?]

설마 질문이 돌아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 린은 얼이 빠졌다.

 

[나는,.... 별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탓인지, 말꼬리가 약해져 흐리고 말았다. 얼굴에 피가 몰리는 걸 알 수 있다. 고요한 눈동자가 탐색하듯 린을 응시하고 있다.

그것이 너무 부끄러워서, 시선을 피했다.

 

....솔직히.

팀의 일로 빠듯하다는 카즈이의 대답을 들었을 때, 안도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니,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지 않아도 돼.

지금의 카즈이와의 관계가, 무엇보다도 편안하다고 느끼니까.

 

이 마음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그런 건 알 수 없다.

그저, 앞으로도 계속, 카즈이와 함께 페스카 코시카를 이끌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때때로 폭주해버리고 마는 자신을 멈춰주는 건, 카즈이밖에 없다.

그러니, 계속 자신을 ㅡㅡ자신들을, 봐주길 바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는.

 

한쪽 면이 피바다. 페인트를 들이부었나 생각할 정도로, 농후한.

쓰러져, 떠올라 있는 건 ㅡㅡ.

 

무엇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악몽이라면 빨리 깨어나면 좋겠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바랐다.

그 안에서, 찾아내버렸다.

눈에 들어오고 말았다.

계속 함께 있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어디까지든,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이서....

모처럼 아름답던 흑발의 푸른색이, 물들어버려 아까워.

빨강으로 ㅡㅡ

 

팀의 동료가 급히 달려왔을 때도, 혼이 빠져버린 것처럼, 린은 그저 멍하니 그 자리에 우뚝 서있었다.

 

린이 도착했을 때, 아직 범인은 그곳에 있었다.

확실하게 눈에 새겨져 있다.

잊을 수도 없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저 ㅡㅡ.

 

결국,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 동료들을 헤치며, 린은 범인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갑작스레 흐트러진 팀의 유대에 생긴 균열은 생각이상으로 커서, 린이 돌아왔을 때, 불안에 내몰린 동료들은 예상도 못한 결론에 이르러 있었다.

 

린 한 명이 살아남고, 두려워서 도망쳤다고.

빈사인 동료들을 버리고서.

 

ㅡㅡ그럴 리 없잖아. 절대로.

그런 생각에 대화하려 해도, 의미 없었다.

불안을 메꾸려는 듯 결속한 동료들과, 그곳에 없었던 자의 사이에, 순식간에 [불신]이라는 터무니없는 완고한 벽이 세워져 막혀있었다.

증오로 가득 찬 바늘의 시선이 여럿 들이꽂힌다.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ㅡㅡ아아, 이곳에는 이제 없는 거구나.

또 잃어버렸다.

자신이 있을 곳도 붉게 칠해져 버렸다.

발을 디딜 장소 같은 것, 어디에도 없다.

 

카즈이라면.

카즈이라면, 믿어줬을까.

내가 하지 않았다고, 믿어줬을까.

 

...무리야.

그도 그럴 것이 카즈이는.

나 때문에, 죽어버렸으니까.

 

제대로 전했으면 좋았어.

지금 이대로 좋다며, 무리하는 게 아니었어.

영원히,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채라니 ㅡㅡ

이제 두 번 다시 이룰 수 없는 마음은 ㅡㅡ

 

무엇보다도, 괴로워.

 

설령 이 목숨과 바꾸게 되더라도, 원수를 갚기로 결정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내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아 짓밟았던 남자.

그 남자의 흔적을 찾아 ㅡㅡ 찾고, 찾고, 찾아서.

그리하여, 린은 토시마로 향했다. 이그라에 참가하기 위해.

 

그 남자의 숨통을, 이 손으로 끊기 위해.

 

토가이누의 피 초회특전 소책자 수록 /2005년 2월 25일

번역: cherry(티스 관리자)

END

 

 

월하점(月下点) -해설 (접혀있음)

더보기

토가이누의 초회특전 러프집 용으로 집필한 SS입니다. 지금 보니 어색하네요....

이쪽도 거의 고치지 않았습니다. 게임 본편에는 나오지 않는, 린이 Bl@ster에 참가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대화의 장면에 고민하다가, 여러 번 추가하거나 빼거나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카즈이의 머리카락 색이 달빛아래에서는 예쁘다는 설정은, 쓰던 중에 떠올라서 추가하거나 했었습니다.

당시의 린은 아마 무척 뾰족했고, 거칠기도 해서, 그러나 그런 린이 유일하게 품고 있던 우정이상 연인미만 같은 연심을 쓰고 싶었습니다.

게임 본편에서는 방글방글 사람 좋은 일면을 엿보이지만, 당시는 사람과 대화할 때 말의 컨트롤도 불가능했을 거고, 때리거나 차거나 하며 거칠기 그지없는 인간관계였다고 생각했습니다.

 

(후치이 카부라)

 

[번역] 토가이누의 피 오피셜 숏스토리(나노아키) 헐레이션(光暈)
PC판 본편의 엔딩 이후 시점을 다루고 있는 내용입니다. 클리어하신 후 읽으시길 권장합니다.
텍스트로 공개하지만 외부링크 외의 재배포 등은 허가하지 않습니다.
 

후치이님 해설(접은 글)

더보기

 

[헐레이션] 해석 (후치이 카부라)

 

오피셜웍스에 게재했던 SS입니다. 테마는 나노와 아키라였습니다.

대강의 것은 아키라 시점에서 쓰여 있으나, 이것만 나노 시점으로 썼습니다.

아키라 이외의 시점으로 아키라를 묘사한다는 것이,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나노에게 있어 아키라의 존재에 대해 쓰려했습니다.

아키라를 안는다는 행위는, 나노에게 있어서 성욕을 채우기 위함보다, 소중한 존재의 확인, 자신의 존재 확인으로서 행하고 있다는 느낌이며,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욕정도 하고 있습니다만(웃음), 성욕도 식욕도 전부 뭉뚱그린 본능으로 아키라를 원하고 있다, 는 느낌일까요.

타이틀은, 이것도 사전과 눈싸움을 할 때 [빛나는 것의 주변에 보이는 엷은 빛의 겹침. 헐레이션]이라는 것을 보고, 붙여봤습니다.

 

H씬이 포함되어 있어 링크된 페이지
비번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n=나노) 입니다. 코드 네임 가진 건 나노 뿐입니다.

n(나노)의 코드네임을
"게임에 등장한 영문의 대문자"로 작성하세요
(4글자x 특문&띄어쓰기 x)

https://mitesoro.tistory.com/42

[번역] 토가이누의피 오피셜 숏스토리(나노아키) 헐레이션

mitesoro.tistory.com

 

현재 원화만 2023년 9월2일 처음으로 공개되었습니다.

 

 

https://twitter.com/native_info/status/1697777019315278217?s=20

 

유키히토와 아키라의 쇼트 스토리.

트루블러드에만 추가된 캐릭터이며 둘의 첫만남 당시

서로의 입장에서의 속마음을 조금씩 다루고 있습니다.

오히려 알고보면 영문모를 상황이 조금 이해될 가능성 있음.

 

스포일러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나 예민한 분은 관람을 피해주세요.

텍스트로 공개하지만 외부링크 외의 재배포 등은 허가하지 않습니다.

 

PC판 공략캐릭터 수준의 꾸금씬은 존재하지 않으며 엔딩은 하나만 존재합니다.

트루블러드의 신 공략캐릭터 유키히토

 

더보기

A presentiment (예감)

번역: cherry(티스 관리자)

 

보고 있다.

아주 잠깐의 일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느낀 것이다.

 

아키라가 퇴폐(退廃)와 금기의 도시 토시마에 발을 들이고 나서,

아직 며칠 지나지 않았다. 들어온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뒤를 쫓아온 케이스케와 함께 상황을 살피기 위해, 거리를 걸어다니다가 린과 만났다.

린의 장소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되는 붙임성 좋고 활달함에 이끌려서,

토시마나 이그라에 대해 이것저것 가르침을 받고, 이그라의 중립지대에 있다는 바 [Meal of duty]에 안내되었다.

 

확실히 중립지대답게 바의 분위기는 바깥과는 달랐고,

모토미라는 수상쩍은 남자를 소개받아, 팽팽히 당겨진 마음을 아주 잠시 누그러뜨렸을 때.

ㅡㅡ느꼈다.

 

중저음과 함께 다양한 색의 빛이 떨리는 공간을 통해, 똑바로 쏟아진 시선.

곧장 눈치채고, 돌아보았다. 시선을 피하지 않고, 한층 이쪽으로 향했다.

심하게 뒤섞여 역으로 색을 잃은 분위기에서 깜박인 눈동자.

처음보는 남자였다.

 

애초에 막 도착한 참인데, 토시마에 지인 같은 건 없다.

약간 어른스럽게 보이지만, 연령은 자신과 비슷한 정도일까.

하얀 라이트가 스치고 간 머리카락은 빨강.

서늘하며 치켜올라간 두 눈은 옅은 갈색이다.

바 카운터의 끝에 등을 기대 팔짱을 끼고,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다.

 

아니.

아키라를 ㅡㅡ아키라만을 보고 있다.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

몇 사람이 시선을 막듯, 혹은 신경도 안 쓴다는 듯 오간다.

남자는 날카롭고 투명한 눈으로 아키라를 응시한다.

흥미인지, 적의인지.

둘 다인가, 어느 쪽도 아닌 것일까. 살피는 듯한 눈길.

아키라가 미간을 찌푸리자, 남자는 슥 눈을 피했다.

마치, 그 이상 의식하는 것을 거부하듯.

두드러졌던 존재감은 돌연 녹아서, 혼돈의 색채속으로 사라진다.

 

[.........]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대체 뭐였을까. 서로 우연히 눈이 맞았던 것뿐일까.

그렇긴 한데 ㅡㅡ 그 후에는 카운터에서 무언가 하는 남자들에게 의식이 쏠려서, 모토미와 린과 이야기하던 사이

시선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다. 그 정도로, 사사로운 일이었다.

 

[너 혼자 이런 곳에 있었어?]

[....약간, 바깥공기를 마시고 싶었으니]

 

무심코 밖에 나왔더니 갑자기 이그라에 휘말려, 그 후 우연히 모토미와 만났다.

 

[아-, 기분전환하러 나와봤더니 습격당했다든가, 그런 상황인가. 뭐 됐어, 아무튼 호텔에 돌아가자]

이그라에서 입은 상처의 처치를 하게 되어, 중립지대인 호텔로 향하는 길에, 모토미는 때때로 스쳐가는 남자들을 살폈다.

 

[아-, 알아채는 게 빨라졌군. 나도 멍하니 있을 수 없겠어]

의미 불명의 중얼거림에, 아키라는 모토미에게 의문의 눈빛을 보낸다.

 

[아아, 뭐 밥벌이 라이벌을, 아까부터 드문드문 봐버리거든. 이그라의 뒤에서도 조용히 맹렬한 배틀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야]

보란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 눈은 냉정하게 주위를 관찰하고 있다.

문득, 아키라의 안을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다.

모토미의 옆얼굴, 주변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눈.

ㅡㅡ그래.

 

붉은 머리의 남자.

이전에 데려가 줬던 바에서 본, 그 남자의 시선이다.

물어볼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정보상인 이 남자...모토미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경계심도 품는다.

어떤 사사로운 것이든, 조금이라도 속을 내보이면 꼬리를 잡혀,

탐색당할지도 모른다. 일부러 묻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리스크를 범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다.

단지 묻는 것뿐이라면 ㅡㅡ

모토미의 옆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며, 신중하게 입을 연다.

 

[...정보상은]

[응?]

 

[정보상은, 나 정도의 나이인 녀석도 있어?]

[뭐, 있긴 있는데]

 

[빨간 머리의 녀석,이라든가]

[빨간 머리? 랄-지]

모토미는 조금 놀랐다는 듯 돌아본다.

 

[너, 토시마에 막 왔잖아. 지인이라도 있는 거냐]

[아니. .... 별로]

 

말을 흐리자, 모토미는 입을 닫고 쓰윽 두 눈을 가늘게 만들었다.

어렴풋이 긴장을 느낀다. 탐색당하고 있는 건가.

 

[모른다면, 됐어]

[아-, 그러고 보니... 정보상이라기보다도, 약간 수상한 녀석은 있지. 빨간 머리에, 너 정도의 나이로]

 

모토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다시 입을 연다.

[유키히토라고 하는데. 이런, 치켜올라간 눈에, 지겨워하는 느낌의]

 

그거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려 하면서, 속으로 끄덕인다.

 

[그 녀석이라면 꽤 전부터 봤어. 하지만, 아무래도 잘 알 수 없는 구석이 있는 녀석이라서. 하지만, 뭐...]

작게 한숨을 내쉬고, 모토미는 가볍게 어깨를 움츠린다.

 

[나도 얼굴을 안다는 정도야. 게다가, 이제껏 뭔가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고. 깊이 알 필요는 없으니. 그다지 좋은 냄새도 풍기지 않고 말이야]

 

[냄새?]

노골적으로 수상하다는 투로 묻자, 모토미는 히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래. 아무런 맛도 없어 보여서. 그렇다면 더 맛있어 보이는 것에, 아저씨의 얼마 없는 체력과 시간을 써야지. 그런데...갑자기 왜?]

 

[아무것도]

[어이 어이, 무정하네. 지금까지 물어놓고는 입 다무는 거냐]

 

[당신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어]

[세상은 기브엔 테이크잖아? 게다가, 날 적으로 돌리지 않는 편이 좋을 텐데?]

모토미는 곁눈질로 농담이라고도 진심이라고도 못할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방심할 수 없다는 건 알면서 질문한 게, 애초에 잘못이었다는 걸까.

 

작게 한숨을 내쉬며, 반쯤 단념한 아키라는 입을 연다.

 

[...바에서, 아마 그 녀석을 봤으니까. 약간 신경이 쓰였을 뿐이야]

[확실히 그곳에는 자주 오는 모양이야. 째려보기라도 했어?]

 

[...........]

[그 녀석, 눈빛이 사나우니까. 노려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이쪽은]

 

그런 걸까. 그 시선은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건가.

...아니.

착각이 아니다. 노려본 것도 아니야.

 

보고 있었다.

빨간 머리카락의 남자는,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진의는 대체 뭐였던 것일까.

모르겠다. 게다가,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단 한 번 눈이 맞았을 뿐인데,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인상은 강해졌다.

 

토시마에 쾌청한 날은 거의 없다.

하늘은 늘 두터운 구름으로 감싸여 있고, 햇빛은 연약하게 가로막혀버린다. 그러니, 토시마에 있으면 시간의 감각이 마비된다.

아키라를 처음 봤을 때부터 얼마나 지났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유키히토의 머리 한구석에는 항상 그때의 영상이 있다.

중립지대인 호텔의 로비, 그 일각에서 벽에 기대어, 빨간 머리의 청년은 조용히 눈을 감는다.

 

아키라. Bl@ster의 패배를 모르는 개인전 우승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 전, 바에서 아키라를 발견했다. 다른 몇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장소에 녹아들어 버릴 듯한, 심심한 타입. 그게 첫인상이다.

그러나, 왜인지 곧장 눈에 들어왔다. 바의 소란스러움과 인파에 섞여있어도, 알았다.

저게 ㅡ아키라.

그렇게 직감했다. 상대 쪽은 곧장 눈치를 챘다.

물론 들켜도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오히려, 눈치 채이기 위해 보고 있었다.

 

너를 보고 있는 거라고.

감시당하고 있다고.

 

예상대로 저 녀석이 지금까지의 놈들과 같은 버러지인지, 그렇지 않은지 ㅡㅡ

그러나, 어차피 곧장 죽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여기서는 어중간한 생각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니, 감시는 하되 손은 뻗지 않는다.

그저 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실로 사고의 중심이 되는 존재가 저 너머에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상대도 바보는 아니라는 건가. 최근, 아무래도 자신을 살피는 듯한 무리가 있다.

그러나, 어떻다 할 것도 없다.

가볍게 상대해 주면, 그만이다.

벽에 기댄 채, 호텔 현관 입구를 지나는 블루종의 남자... 아키라를 곁눈질로 살핀다.

 

[왔어]

옆에 선 토우야가 작게 고한다.

 

[일단은, 주의는 해]

[하지만, 그렇게까지 경계할 필요도 없어 보여]

 

주위에 눈치 채이지 않는 정도로, 약간 고개를 기울여 묻자, 토우야는 벽을 손등으로 몇 번 가볍게 두드렸다.

[아니, 저 녀석은 지금까지의 녀석들과 약간 다른 느낌이 들어]

[감이냐?]

 

[감이야]

[믿을만 한가]

 

[못 믿는 거냐고]

[글쎄]

대답하면서, 머릿속에서는 이미 생각을 고치고 있었다. 토우야의 감은 빗나간 적이 없다.

 

[난 이제 갈게. 아무튼, 뭔가 있으면 연락해]

[알겠어]

 

빠르게 대화를 나누고, 토우야는 벽에서 몸을 일으켜 출입구 쪽으로 향해 걸어갔다.

교대하듯이 아키라와 눈이 마주친다. 이쪽을 깨달은 모양이다.

그대로, 똑바로 걸어온다.

굳이 눈을 피하며, 시치미를 뗀다.

너 같은 거 몰라. 관계없어.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

발소리가 눈앞에서 멈춰 선다. 소란 속에서, 얼굴을 들자 강인한 눈이 있었다.

 

약간, 몸의 심지가 호응한다. 뭔가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런 예감이 술렁인다.

아키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

 

END

 

전격 Girl'sStyle Maker Book 시리즈 니트로+키랄 스폐셜 에디션 발췌

 

[번역] 토가이누의피 오피셜 숏스토리(모토아키)새벽녘

PC판 본편의 엔딩 이후 시점을 다루고 있는 내용입니다. 클리어하신 후 읽으시길 권장합니다.
텍스트로 공개하지만 외부링크 외의 재배포 등은 허가하지 않습니다.



글은 접혀있으니 더보기를 눌러 펼쳐주세요.

더보기

그날은, 아침부터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후인지 밤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하루 종일 어두웠지만, 지금의 시각은 새벽 2시.
아키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가끔 달려가는 차의 라이트에 순간, 가느다란 비의 직선이 떠오른다.
역시 너무 늦다.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상, 모토미의 귀가가 자정이 넘는 것은 신기할 게 없었지만, 오늘은 가벼운 용건이라고 들었다. 
그만, 시선이 힐끗 벽에 걸린 시계 쪽으로 가버린다.
늦다.
방의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룸 램프만 켜놓은 방에서, 몇 번째일지 모를 한숨을 지으면서, 아키라는 창문에 비친 자신 너머로 어두운 도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아파트에 이사 온 것은 지난 달이다. 하지만, 앞으로 몇 달 후면, 이곳도 떠나게 되겠지.
다음 취재하는 곳은 어디가 될까. 최근에는 하는 일의 상황도 순조롭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따라다닐 뿐이던 아키라도, 어시스턴트로서 나무랄 데 없이 일하게 되었다.
토시마에서의 사건으로부터 몇 년이 지났다. 도저히 평화스럽다고는 할 수 없지만, 특별히 이거다 싶은 문제도 없는 나날을 지내고 있었다.
모토미와 각지를 돌아다니는 것은, 상당히 자극적이고 즐거운 것이었다. 계속 이런 식으로 해나가면 좋겠다고,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역으로, 때로는 작은 불안이 가슴속에서 얼굴을 내민다.
평온함이란 있을 수 없다고. 언젠가 반드시, 무언가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평소라면 그런 불안함도 금세 사라지지만, 오늘은ーー사라지기는커녕, 점점 쌓인다.
불쾌한 두근거림. 정말로,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닐까.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심정에 이를 깨물 만큼의 기분으로, 어두운 빛 속에서, 아키라는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현관 쪽에서 어렴풋한 소리가 들려, 귀를 기울였다.
발소리일까. 그것치고는 고르지 않다. 유난히 간격이 비어있다.
의아하게 생각하며, 아키라가 현관으로 다가가려 한 순간, 문에 뭔가가 부딪히는 심상치 않은 소리가 났다.
「……!」
몸이 굳는다. 무심코 눈을 부릅떴다. 약간 어두워진 현관에서는, 그 뒤로도 간헐적으로 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울리고 있다.
강도나 폭력배 부류일까. 숨을 삼키며, 조용히 상황을 살피던 아키라의 눈앞에서 잠겼던 물이, 천천히 열린다.
긴장하며, 낮게 자세를 취한다. 실내에서 나온 옅은 빛에 비친 실루엣ーー그 얼굴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모토미다.
불안정한 발걸음은 취한 걸까. 이름을 부르려다가, 문득 눈살을 찌푸렸다.
모토미는 좀처럼 방에 들어오지 않고, 부자연스럽게 몸을 기울이고 문에 기대어 있다.
오른쪽 옆구리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게 보였다.
빗물인가 생각했던 그것은, 방의 중앙에 있는 조명을 켜자 곧장 다른 것임을 알았다.
ーー피다.
「……!?︎ 아저씨……!?︎」
「아키라, 미안한데 잠시……, 어깨 빌려줘라」
이 상황에 매우 어울리지 않는, 느슨한 목소리. 곧장 뛰어 다가가서, 내민 팔을 살며시 어깨에 걸쳐 부축했다.
코트 아래, 어두운 오렌지 색의 셔츠에 검은 얼룩이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핏기가 가셨다.
아키라에게 기대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디면서, 모토미는 아파 보이는 얼굴로 찡그리며, 한쪽 눈을 감고 쓴웃음을 지었다.
「아ー, 아야야……제길, 화려하게도 해대는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대체」
「으음, 아니, 조금, 으읏……」
ーー이야기는 나중이다. 지금은 상처를 살피는 게 우선이겠지.
자신보다도 커다란 몸을 신중하게 떠받치면서, 아키라는 침실로 향했다.

「하ー. 졌다 졌어」
깊게 빨아들인 담배연기를 성대하게 내뱉으면서, 모토미는 걸터앉은 자세에서 침대로 벌렁 나뒹굴었다.
여행간 곳에서 다쳤을 때를 대비해 항상 휴대하는 구급상자의 뚜껑을 닫으며, 아키라도 작게 숨을 내쉰다.
이 시간이면 병원도 열려있지 않지만, 다행히, 생각한 만큼 상처는 심하지 않았다.
오늘은 몸을 쉬게 하고, 병원에는 내일 가기로 했다.
나이프로 찔린 우측 옆구리는, 지금은 새하얀 붕대에 싸여있다.
출혈은 나름 상당했으니까. 조금 전까지의 생생한 빨강이 마치 거짓말 같다.
상처를 닦은 타월에 스민 피를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응?」
「어물쩍 넘기지 마」
짐짓 시치미를 떼는 목소리에, 드러누운 모토미를 가볍게 노려본다.
이 상황에서 묻고 싶은 건, 아무리 아키라가 말이 부족한 편이라고는 해도 분명하다.
구급상자를 조금 난폭한 손놀림으로 사이드 테이블에 놓고, 아키라는 침대에 얕게 고쳐앉았다.
「으응ー? 그게」
담배를 쥔 손으로 콧등을 긁으면서, 모토미는 느긋하게 대답했다.
「괴한의 종류가 아닐까. 나도 운이 없어」
ーー바로, 무슨 일이 있었구나,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시치미를 뗄 때는, 말하기 어려운 게 있을 때다.
그렇기에, 아키라도 침묵으로 반응하며 진심으로 분노를 담았다.
시치미를 떼는 태도에 화가 난 게 아니다.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심각한 사정을 말하려 하지 않는 모토미에게 초조해 하고 있었다.
모토미의 시선이 힐끗 아키라를 스치더니, 이내 떨어진다. 말이 없는 동안. 아키라 쪽은, 결코 눈을 피하지 않았다. 담배 끝에서 흔들리는 연기가 흩어진다.
쌓였던 담배의 재가, 사이드 테이블에 둔 빈 맥주캔으로 떨어진다.
그 가벼운 소리조차, 유난히 크게 들렸다.
아주 약간의 시간, 그러나 끝이 없게 느껴진, 긴장이라고도 이완이라고도 못할 공백 후.
「……이런 이런. 못 이기겠구나, 너한테는」
모토미는 졌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빈 캔의 가장자리에 담배를 비벼 껐다. 그대로 상반신을 일으키려다 눈살을 찌푸린다.
「아파?」
「……조금은. 하지만, 괜찮아」
침대의 가장자리에, 팔꿈치로 몸을 지탱하면서, 벽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고, 모토미는 숨김 없는 시선을 아키라에게 던졌다.
「뭐, 상황으로 말하자면. 대뜸 덤벼들었어. 대로에서 빠지는 지름길이 있잖아, 좁고 어두운. 거기를 지날 때 말이야, 뒤에서」
「얼굴은」
「어두워서 확실히 못 봤어. ……그저, 그건 아마」
거기서, 말을 멈추고, 모토미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듯 턱을 쓰다듬었다.
「아마?」
「아니, 전에 어딘가에서 봤던 얼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마, rabbit 언저리의 누군가가 아닐까 싶지만」
「rabbit……」
ーー제약회사, rabbit. 누구나 아는 대기업. 실제로는 토시마에서의 참극의 원인이 되었던 연구기관, ENED의 방패막이인 셈이다.
「그게, 왜 아저씨를」
「뭐, 짚이는 데라면 산처럼 있지. 난, 진실의 저널리스트니까」
그렇게 말하며, 모토미는 장난스럽게 어깨를 움츠려 보였다.
왜곡되고,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밝히고 싶다ーー그 일념으로, 모토미는 지금의 일을 계속 하고 있다.
당연히, 토시마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일부분도 가능한 선에서 파헤치고 있었다. 목숨을 위험에 드러내는 것을 알면서.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것은, 그러한 의미에서의 방어책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실제로 대미지를 입었던 적은 없었기에, 아키라도 약간 방심했다. 때때로 가슴 속에서 고개를 드는 작은 불안에도, 알고도 모르는 척을 했다.
이대로 아무 일 없이, 평화로운 나날이 흘러가면 좋겠다ーー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러나……
「뭐, 이걸로 또 스쿠프구나. 우량 기업의 사원, 죄 없는 일반인을 습격하다!라고 말이야」
「그렇게 태평한 말 할 때가 아니잖아」
「응?」
문득 입에서 새어 나온 스스로의 말이 묘하게 담담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보다, 여전히 농담조인 모토미에게 화가 치밀었다.
조금 전에도, 대한단 상처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저렇게 피가 나왔던 것이다.
저렇게나, 피가.
ーー피가.
「……이봐, 아키라?」
시야 속에, 옆구리에 감긴 붕대가 흔들렸다.
눈살을 찌푸린 모토미가 얼굴을 들여다본다.
붕대의 흰색, 그 밑에 파묻힌 빨강. 빨강을 감춘 흰색ーー무(無)의 흰색.
순간, 화가 치밀던 것이 갑자기 사라지며,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시각과 의식이 분리되어, 마치 타인의 속에 들어간 것 같은 착각에 휩싸인다.
안구에서 투영된 영상과,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영상이 안쪽에서 겹쳐, 흘러간다.
붉은 필터가 낀 세계. 멀어지는 현실감.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 경치는, 아파트의 한 방이 아니다.
어둡고 더럽혀진ーー토시마의, 광경.
「왜 그래? 이봐!」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의식이 먹힌다. 어지러움과 구역질의 소용돌이가 닥친다.
「아키라? 아키라!」


눈을 뜨자 처음으로 날아들어 온 것은, 룸 램프에 흐릿하게 비친 베이지 색의 천장이었다.
ーー토시마가 아니다.
일단 가장 먼저 그걸 떠올리고, 아키라는 천천히 가슴에 쌓여있던 숨을 내쉬었다.
한쪽 팔로 눈가를 덮는다. 시야를 가리자, 고동이 평소보다 빠르게 치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 팔에, 마르고 따스한 감촉이 닿는다.
「……괜찮아?」
눈가에서 팔을 떼자, 부드럽게 내려다보는 모토미의 눈길과 부딪혔다.
「……아저씨, 상처는」
「바보. 나보다 네 일을 걱정해」
약간 어이가 없어하는 어조에도 염려하는 기색을 띠며, 모토미는 아키라의 팔을 만지고 있던 손을 얼굴로 갖다 댔다.
「열은 없는 것 같구나. 몸은 어때?」
「괜찮아」
「뭔가 먹을래?」
「됐어」
「됐다니 너, 오늘은 아침부터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잖아. 냉장고 속 내용물도 잔뜩 사뒀던 먹거리도, 내가 나가기 전과 똑같았어」
직업상의 탓도 있겠지만, 대충 보는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제대로 보고 있다.
묘한 구석에 감탄하면서, 한층 아키라는 고개를 저었다.
성질이 원래 그런 것인지, 식욕에 흥미가 없는 건 변함없었고, 혼자 있으면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해가 저물어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평소에는 그대로도 괜찮았지만, 역시 오늘만큼은 조금 머리가 멍하다. 몸속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한입이라도 좋으니까, 아무튼 뭐든 먹어. 잠깐 기다려봐」
이번에야말로 어이없어 하는 말투로 모토미가 일어선다. 부엌으로 가려고 했겠지. 그러나, 그 움직임이 갑자기 뚝 멈추며, 약간 놀란 얼굴이 뒤돌아보았다.
무슨 일인지 이상하다는 생각에, 모토미의 시선 끝을 쫓다가……당황해서 손을 놓았다.
반사적으로, 셔츠의 옷자락을 꽉 쥐어버렸다. 열로 생각이 둔해져 있던 탓인지, 아키라 본인은 전혀 깨닫지 못했다.
ーー놀림당한다.
곧장 반박하려 했지만, 모토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온화하게 웃을 뿐이었다. 커다란 손바닥이 내려와, 머리를 쓰다듬는다.
「…………」
「쭉 평화롭게 지내왔지」
아키라가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분명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모토미가 다시 침대 모서리에 앉는다. 스프링이 가볍게 삐걱였다.
셔츠를 입고 있는 탓에, 옆구리에 감겼던 붕대는 보이지 않았다.
「뭐, 조만간, 언젠가는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뭘, 네가 걱정할 일은 전혀 없어」
투박한 손끝이, 아키라의 뺨을 더듬는다.
「말했지? 무덤까지 데려간다고. 남자라면 두말은 없어. 게다가, 너 위험해 보이니까-」
「무슨 의미야」
「혼자 두고 가지 않겠다는 거야. 평소에는 터무니없이 고집불통이면서, 묘하게 약한 구석이 있으니까」
무심코 반론하려고 입을 뻐끔거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었다. 현재 이렇게, 자각도 못한 채 쓰러졌던 것이다.
「나도, 그래서야 죽어도 죽을 수 없겠어」
웃으면서 전해진 말에, 모토미를 거세게 째려본다.
「……그만둬」
「응?」
「죽는다든가, 그런 말」
가벼운 농담이었겠지. 하지만, 무척 불편한 걸 말했다, 고 생각했다.
농담이라도 말하길 바라지 않아, 갑작스레 생각이 들었다.
모토미는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키라를 응시했으나, 이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렇구나」
두터운 팔이 아키라의 양쪽 겨드랑이로 파고들어, 진중한 손놀림으로 안아 일으킨다.
끌어안겨서 약간 저항했지만, 모토미가 작게 신음을 흘려서 몸에서 힘을 뺐다.
다친 사람인 것을 잊고 있었다.
단지, 만약 모토미가 다치지 않았더라도, 지금은 분명 그 정도로 저항하지 않을 것이다.
왠지, 그런 기분이었다.
든든한 어깻죽지에 턱을 맡긴다. 평소라면, 유난히 솔직하다느니 뭐라느니 놀릴 타이밍이었지만, 모토미는 아무 말 없이 아키라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렸다.
「좋아, 그렇다면 이건 어때. 나는 안 죽어. 너도 안 죽고. 좀 죽어줘 할 때까지, 몇 백 살이고, 몇 천 살이고 살아주지. 어때?」
「그렇게나 사는 건 싫어」
「하하, 그러냐」
뺨을 기댄 어깨에서 느껴지는 모토미의 체온. 몸을 감싸는 냄새.
솔직히,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었다. 쓰러지기 직전, 머리를 스친 기억ーー이제는,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기억들과 「공존」가능하다고.
그렇게 생각하기에, 그것들은 지나치게 선명했다. 변함없이 색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아프게 만든다.
하지만, 이걸로 된 걸까, 생각이 든다. 오히려 그게 좋다고. 많은 것을 잃으며 생긴 상처들을, 전부 끌어안고 살아간다. 토시마를 나왔던 그날, 그렇게 마음으로 맹세했던 것이다.
그러니, 이 아픔도 동요도, 필요 없는 것이 아니다. 필요하다. 잊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이렇게 함께 나누며, 버팀목이 되어주는 상대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게 아닐까.
모토미가 괜찮다고 말한다면, 자신도 그것에 응하고 싶다.
믿고 싶다.
그런 식으로 자연스레 생각할 수 있게 된 자신이, 약간 이상하기도 해서, 신기했다.
등을 어루만진 커다란 손이, 살며시 아키라의 턱을 붙잡는다.
아주 가까운 거리. 부드럽게 가늘어진 눈이 감기기를 기다리며, 아키라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읏, ……」
맞닿아, 여러 번 신중하게 와닿는 입술의 감촉. 조심스레 밀고 들어오는 혀의 열기에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투박한 손가락이 부서지는 물건을 취급하듯 가만히, 때로는 다소 난폭하게, 아키라의 머리를 힘껏 껴안는다.
때때로 새어 나오는 물소리가 수치심을 부추기지만, 서로 얽히고, 부딪치는 혀의 응수에, 이내 느긋할 수가 없어진다.
「……못 참겠는데, 정말」
키스하는 동안, 무심코 중얼거리는 말에, 확 뱃속이 뜨거워졌다. 항상 그렇다. 모토미는 아키라가 싫어하는 걸 알면서, 일부러 이런 대사를 내뱉는다.
게다가, 반드시 부끄러운 상황일 때.
「……이제 됐어」
몸을 떼려고 팔을 밀쳤지만, 저항째로 꽉 안기고 말았다.
「놔」
「네네」
「놓으라고 했어」
「그게 곤란하게도, 빠져버렸거든」
「……뭐가」
「아저씨가, 아키라에게」
「…………」
말이 안 통한다. 어이없고 기가 막힌 끝에, 아키라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한숨도 떠내듯, 모토미는 작게 웃으면서 다시 입술을 겹쳤다.
천천히 받아들이면서, 생각했다.
지금의 상태를, 자신은 결코 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격앙된 감각을 기분 좋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
몸을 만지는 모토미의 손에 안도감을 느낀 건, 언제부터일까.
사람과 사람은, 이렇게 마음을 서로 나누며, 받아들일 수 있다.
그걸 안 것도ーー언제부터였을까.
긴 입맞춤 후, 등에 스프링의 삐걱임을 느끼면서, 아키라는 완만히 심호흡을 했다.


「늘 생각하는 건데」
「뭔데」
「아키라, 너 요리 못하는구나………」
「…………」
진지하게 중얼거리는 걸 듣고, 약간 화가 났다.
「그럼 안 먹으면 되잖아」
테이블에 한쪽 손을 짚고 모토미의 옆에 서서, 아키라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준비가 바쁘니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건, 어디의 누구냐고.
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날아든 일에 관련된 전화.
아직은 쉬는 편이 좋지 않냐고 말렸지만, 중요한 클라이언트이니, 거절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맑은 공기의 편안함에, 아키라는 문득 눈을 가늘게 떴다.
어제의 비가 거짓말처럼, 하늘은 맑게 개어있었다.
모토미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고서부터, 집안일에도 손을 대게 되었다. 그러나, 본래 생활감과는 인연이 없는 삶을 살아온 탓인지, 도저히 잘 해낼 수가 없다.
특히 먹는 것에 관해서는, 아키라에게 있어 없어도 곤란할 게 없는 정도의 것이란 인식이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다.
모토미는 한쪽 눈썹을 찡그리면서도, 그럭저럭 입을 움직이고 있다.
「이래서야……, 네 결혼 상대가 큰일이겠어」
「별로, 반드시 내가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야 모를 일이지? 가사 육아라는 건, 한쪽에게만 맡기면 큰일 나. 서로 돕는다는 게 중요한 거야」
입에 던져 넣은 물체를 묘한 표정으로 삼키고 나서, 모토미는 스푼을 쥔 손의 검지를 세우며, 짐짓 미간을 찌푸렸다.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는 듯한 태도가 거슬린다.
「대체, 내가 누구와 결혼하는데」
「글쎄?」
「…………」
그 대답에, 가슴속을 희미한 초조감이 스친다.
무덤까지 데려간다는 의미는, 평생을 함께 보낸다는 의미가 아니었나.
그렇게 설명했던 건 모토미다.
그렇다고 해서 아키라는 특별히, 모토미와 어떻게 되고 싶다든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다.
평생 함께 있는다, 같은 강렬한 말을 마음에 그린 적도, 바란 적도 없다.
그저 가능한 함께 있으면 된다.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한번 그렇게 말한 것을 애매하게 흐리는 건, 좋은 기분은 아니다.
이대로 둘이 있어도 되는 건지. 아니면, 사실은 좋지 못하지만, 눈치껏 지내고 있는 건 아닐까……자신도 모르게 그런 것을 생각해버린다.
테이블에 한쪽 팔꿈치를 짚은 모토미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아키라를 힐끗 바라보고 있다.
「아ー아, 가엾게도. 너의 상대를 하는 사람은, 불쌍하기 짝이 없어ー」
노골적으로 놀리는 어조에, 이번에야말로 조바심이 분노로 변한다. 아주 잠깐이나마, 진지하게 생각했던 스스로가 바보 같다.
「아저씨」
「응?」
「적당히 해」
「뭐가?」
「…………. 그러니까, 적당히 좀, ……!?」
테이블에 짚었던 손으로 몸을 내밀자, 대뜸 일어난 모토미의 팔이 허벅지와 겨드랑이 밑에 미끄러져 들어왔다. 이어질 말은 놀라서 사라졌다.
방심했다. 그대로 떠받치듯, 안겨 있었다.
「……어이쿠, 무겁구나. 아야얏」
「당연하잖아, ……읏, 내려놔!」
모토미는 얼굴을 찌푸리며 쓴웃음을 짓는다. 다친 게 어제였는데. 이런 무리를 하면, 아픈 게 당연하다.
「아야야. 상처가 울리니까 날뛰지 마. 뭐, 아무튼. 그런 불쌍한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지 않아? 안 그러냐, 아키라?」
「……뭐가」
「나라면 맛있는 밥도 만들어 줄 수 있는데?」
「말하는 의미를 모르겠어」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어떻게든 하고 싶은 것에 열중하느라, 태평한 말의 의미 따위 조금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라기 보다, 한쪽 귀로 듣고 흘리는 느낌으로 제대로 듣지 않았다.
팔 안에서 몸부림치는 아키라 쪽으로 즐거운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모토미는 히죽거리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뭐 하면, 지금부터 결혼할까?」
「!?」
이것엔 역시 아키라도 어안이 벙벙해져, 바로 옆에 있는 얼굴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아저씨는.
……그렇게 내가 만들었던 요리가 맛이 없었나. 정신이 이상해질 정도로.
등을 생각하고 있자, 모토미의 얼굴에 순식간에 웃음이 번진다.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다친 것도 상관하지 않고, 껴안긴 팔에서 지금 당장 뛰어내리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 몸부림쳤다.
그런 반응도 예상했는지, 아프다 아프다 투덜거리면서, 모토미는 절묘한 밸런스와 힘 조절로 아키라를 팔 안에서 놓치지 않는다.
「바보, 놔!」
경쾌하게 울리는 웃음소리. 그것은, 날뛰는 아키라의 팔이 턱 아래에 명중할 때까지, 열려있던 창문 밖, 맑게 갠 하늘로 빨려들어갔다.
END

 
 

Cool-B 2005 Vol.3수록 2005년 8월 4일

Cool-B에 게재되었던 SS입니다. 테마는 모토미와 아키라였습니다.
타인의 따스함이나 맞닿는 것은 것에 완전히 무관심했던 아키라가, 모토미 쪽에 있으면서, 「좋은 것이다」라고 조금씩 깨닫기 시작하여,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쓰려 했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의지해 보는 것도 좋다는 것을 겨우 생각하게 되었다, 란 느낌으로.
장래의 일도 막연하긴 하지만 신경 쓰기 시작하고 있으므로, 이 부분도 아키라에게 있어서 상당한 변화일까 하고.
라스트의 「결혼할까」는, 그렇게 말하게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어느새 모토미가 멋대로 말해버렸습니다.(웃음)
모토미는 의외로, 쓰고 있으면 멋대로 말해버릴 확률이 높습니다.
게임 본편의 「무덤까지 데려간다」 발언도 그랬습니다.
타이틀은, 사전에서 「새벽녘, 동쪽 하늘이 은은하게 밝아오거나/우천 시, 때때로 구름이 옅어져 밝아진다」라는 의미를 보고, 붙여봤습니다.
(후치이 카부라)

그동안 일본어 DL판은 접근이 까다로운 FANZA독점이었으나,

2023년2월24일 이후 바뀌었습니다.

 

2023년 2월24일 니트로키랄 공식 스태프 블로그

https://www.nitrochiral.com/news/2023/3017.php

 

『咎狗の血 Windows 10対応版』ダウンロード版、本日2/24(金)~DLsiteがるまにでも配信開始!

2016年に発売した『咎狗の血 Windows 10対応版』のダウンロード版につきまして、本日2023年2月24日(金)~、DLsiteがるまにでも配信が始まりました!▼DLsiteがるまに:『咎狗の...

www.nitrochiral.com

DL site가루마니(니트로키랄 신 로고 적용) 서비스 시작

https://www.dlsite.com/pro/work/=/product_id/VJ01000277.html

 

咎狗の血 Windows 10対応版 [NITRO CHiRAL] | DLsite

硬質な世界観と真正面から描かれる人間の愛憎劇で衝撃のデビューを果たした『咎狗の血』。ニトロキラルのデビュー作がWindows 10対応版で蘇る!美麗なグラフィックをより大きなサイズでお

www.dlsite.com

 

토가이누의피 오피셜 숏 스토리(케이스케)

커플 이야기x 이그라 일상

 

네이버 블로그의 글을 옮겼습니다.

후치이님 코멘트는 네이버쪽에서 봐주시면 됩니다.

 

텍스트로 공개하지만 외부링크 외의
무단 게재, 재배포를 허가하지 않습니다.

 

더보기

이그라에는, 필드인 토시마 내에 몇 개의 「중립지대」가 존재한다.

어디까지나 참가자들이 결정한 것으로, 이그라를 개최하는 비스키오가 정한 건 아니다.

마약왕의 자리를 걸고, 피로 피를 씻는 난폭한 자들에게도 휴식은 필요하다는 것인지, 암묵의 양해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토시마 대로의 동쪽에, 대전 후 방치되어 황폐해진 호텔이 있다.

그곳도 지금은 참가자가 모이는 중립지대로서 기능하고 있었다.

그 호텔에서의, 어느 날 생긴 일---.

「어라?」

로비의 일각.

거무칙칙한 소파에 앉아 아키라 케이스케와 이야기하고 있던 린은, 갑자기 눈을 깜박이며, 뭔가를 떠올린 것처럼 웨이스트 백을 뒤지기 시작했다.

「어라라?」

「왜?」

초조한 모습에, 케이스케는 궁금해하는 시선을 던진다.

「아니 그게, ……어라, 정말 없어. 이상하ー네」

가방에서 꺼낸 사진 다발을 훑어보며, 린의 얼굴이 찌푸린 표정이 된다. 뭔가 찾고 있는 모양이다.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지, 마침내 등받이에 기대 가방을 거꾸로 들고, 들어있던 것을 무릎 위에 털어놓았다.

디지털카메라, 물병, 고형식품……그 밖에도 잘 알 수 없는 잡화류가 많이도 떨어진다.

「없어!」

「뭔가 잃어버렸어? 중요한 거?」

케이스케에게 질문을 받자, 린은 가볍게 뺨을 부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이, 없어졌어. 아껴둔 비장의 보물이었는데ー」

「……아껴둔 비장의, 보물?」

「응」

어떤 사진인데,라는 표정으로, 케이스케가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소파에 기대 관망하던 아키라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어딘가에 떨어뜨린 거 아닌가」

「아니, 아마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음ーーーーー」

미간을 찌푸리며 자못 심각해 보이는 표정으로, 린은 팔짱을 낀 채 끙끙거린다.

무릎 위에는, 아직 가방 속 내용물이 흩어진 채 남아있다.

「그 중요한 사진은, 한 장이야?」

「응, 그렇긴 한데, ……응?」

한바탕 끙끙거리던 린이, 질문에 대뜸 고개를 들었다.

그대로 지긋이 케이스케에게 시선을 던진다.

「……왜?」

갑자기 정면에서 쳐다보니, 케이스케는 약간 당황한 듯 눈을 깜박인다.

「설마, ……아니 아니야, 설마아」

실로 의미심장한 말투로, 린은 커다란 눈을 빛내고 히죽 웃으면서, 케이스케를 향해 검지를 들이댔다.

「……설마아ー, 범인은 케이스케?」

「……하아⁉︎」

예상외의 발탁에 얼빠진 소리가 나온다.

케이스케는 기가 막힌다는 분위기로, 당장은 말도 안 나오는 건지, 입을 수차례 뻐끔거렸다.

「왜, 왜 그게 나야!」

「그렇지만 달리 짐작 가는 사람 없는걸」

린이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딴청을 한다.

「어째서 그ー렇게 되냐고! 나 아니거든! 대체, 어떤 사진인 지도 모르는데」

「실은 말이야ー, 그 사진은ー……」

젠체하는 말투로 말을 멈추고, 린은 히쭉 웃었다.

「훗훗훗, 그 사진은 말이지. 무려! 아키라의 비밀 몰카야ー!」

「에엑⁉︎」

케이스케가 경악으로 눈을 부릅뜬다. 완전히 방관자로 정해져 있던 아키라는, 관객이 대뜸 무대에 끌어올려진 기분에 약간 당황했다.

「……이봐」

「왜ー?」

아키라의 언짢은 목소리도 어디서 바람이 부나 하며, 린은 시치미를 뗀다.

「언제 찍었어, 그런 거」

「언제 찍었는지 모르니까 몰카잖아ー, 후후후ー」

기억나는 한, 부끄러울만한 추태를 보인 기억은 없으나, 상대는 린이다.

대체 무슨 사진을 찍었다는 건지, 확실하지 않다.

「어, 어떤 사진인 거야」

케이스케가 답답해하며 조심스럽게 묻자, 린은 의미심장하게 어깨를 움츠렸다.

「에ー, 그런 건 입 밖으로 낼만한 게 아닌데」

「……입 밖으로 낼 수 없을 사진 찍은 거냐고. 언제! 어디서!」

「시끄러워 시끄러ー워」

연이은 추궁에 성가신 듯이 큰소리를 치며, 린은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그러니까! 몰카라서 비밀이라니까」

「아무튼, 그런 사진을 어딘가에 떨어뜨렸다면……, ……안 그래, 아키라!?」

필사적으로 동의를 구하는 케이스케의 눈빛이, 아키라에게 향한다.

확실히 어떤 사진인지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그런 것을 타인에게 보이거나, 주웠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지 않다.

하지만, 만약 떨어뜨렸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토시마 안을 돌아다니며 찾아다닐 수도 없다. 소파 등받이에 몸을 다시 기대며, 아키라는 천천히 팔짱을 꼈다.

「별로 그걸 본 녀석이 친절하게 가져다줄 리 없잖아. 그렇게 난리 떨 거 없어」

「하지만……!」

「에에에, 그런 말 해도 괜찮아? 아키라!?」

린이 고함을 치며, 안 그래도 큰 눈을 더욱 크게 뜬다.

「그, 그런 사진, 다른 사람에게 보였다간……, ……나라면, 끝이라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와락 울음을 터뜨리는 시늉을 한다.

……정말로, 뭘 찍은 걸까.

일부러 의미심장하게 행동하는 걸 알아도, 점점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느낌으로 주먹을 꽉 움켜쥔 케이스케가, 기세 좋게 소파에서 일어섰다.

「난 찾으러 갈래! 그런 사진, 변태가 주웠다간……!」

「아, 기다려!」

무릎 위의 짐을 가방에 밀어 넣으면서, 린도 황급히 일어선다.

「만약 발견하면 꼭 돌려줘! 케이스케에게는 안 줄 거니까!」

「안돼, 또 떨어뜨리면 곤란하고. 내가 책임지고 처분할게」

케이스케가 잔뜩 눈썹을 찌푸리자, 린은 짓궂게 웃으면서 파란 작업복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찔렀다.

「그런 말 하면서ー, 사실은 아키라의 사진을 갖고 싶을 뿐이잖아ー」

「뭣……!」

순간, 케이스케는 이 이상은 없을 만치 당황하며, 순식간에 귀까지 빨갛게 물들었다.

「무, 무슨 소리야! 그럴 리 없잖아!」

「어ー떨까나ー. 그게, ……안 그래?」

빙긋 웃은 린이 한 손으로 입가를 누르며, 케이스케를 곁눈질한다.

「안 그래는 뭔데!」

린의 시선을 받고, 케이스케는 점점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난 말이야, 사진이 없는걸 알았을 때, 가장 먼저 케이스케가 범인이 아닐까 의심했는걸ー」

「……린!」

「우크크크크」

케이스케가 미간에 힘을 실으며 짧게 외쳤다. 그러나, 린은 개의치 않고 즐거운 듯 웃고 있다. 끼어들 기분도 들지 않아, 아키라는 반쯤 어이없는 기분으로 둘의 말다툼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볍게 대화하면 금방 끝날 것 같은데, 용케도 이렇게나 무의미한 대화가 이어진다…는 건, 분쟁의 당사자가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도 있다.

「좋아, 그럼 말이야ー그럼 말이야ー, 승부하자. 이긴 쪽이, 사진 찾게 되면 가져도 좋다고 하면?」

「알았어」

무척 진지한 표정으로 케이스케가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이제부터 일생일대의 큰 승부에라도 나갈듯한 분위기다.

「방법은?」

「그러게ー, 뽑기면 어때?」

어이없어하는 말투로 린이 대답한다.

「……뽑기? 그건 승부라고 할 수 없잖아……」

「운이 좋다는 것도 충분히 승부야」

「……뭐, 상관없지만」

뭐가 올지 긴장하던 만큼, 어이없이 대답으로 돌아온 방법에 케이스케는 맥이 빠진 것 같았지만, 만약 린과 제대로 주먹다짐을 하게 된다면 솔직히, 승산이 있을지의 글자조차 없을 거다.

「아키라한테 해달라고 하자. 손에 뭔가 들게 하고서, 오른쪽과 왼쪽 어느 쪽이란 거. ……자, 아키라」

그렇게 말하며, 린은 아키라에게 빨간 플라스틱 코인을 건넸다. 가방에 들어있던 잡화 중의 하나겠지. 왜 이런 일에 휘둘리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생각하면서도, 아키라는 코인을 받아들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두 손을 허리 뒤로 돌려 적당히 코인을 움켜쥐고, 양쪽 주먹을 두 사람 앞에 보이듯이 든다. 진심 어린 눈길이 주먹에 쏠린다.

「……그렇게 봐도, 밖에서는 모르잖아」

무심코 중얼거렸지만, 두 사람은 무척 진지하다.

아키라까지, 뭔가 터무니없이 중대한 일을 행하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쪽」

「난, 이쪽으로 할래」

린이 왼쪽, 케이스케가 오른쪽 주먹을 각각 가리켰다.

「……정말 그쪽이 좋아ー?」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린이 도발한다. 케이스케는 순간 당황한 듯했지만, 금세 굳게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며, 「이쪽!」 이라고 자신에게 다짐하듯 오른쪽 주먹을 가리킨다.

「자자, 아키라! 어서 어서! 손안을 보여줘!」

기세가 오른 린은, 이미 승리를 확신한 미소를 짓고 있다.

양쪽 주먹을 뒤집어, 아키라는 천천히 움켜쥐고 있던 손바닥을 열었다.

결과는ーーー

「아!」

「……아」

코인은, 왼손에 올려져 있었다.

「아ー싸, 맞췄다!」

린이 기쁜 듯이 승리 포즈를 지으며 뛰어올랐다.

「……미안」

풀썩 어깨를 떨구고 고개를 숙이면서, 케이스케는 힐끗 아키라를 바라본다.

대뜸 사과받아도 뭔지 알 수가 없어, 아키라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뭐가?」

「그러니까, 사진. 내가 이기면 아키라에게 주던가, 처분할 수 있었는데……」

「별로 그렇게 부끄러운 짓을 한 기억은 없어. 린이 호들갑스럽게 굴고 있을 뿐이잖아」

「그럴까, 그럼 됐지만」

「난 신경 안 쓰니까……」

「아ー키라앗!」

거기서 대화가 중단된다. 얼굴 가득 기쁜 표정을 지은 린이 아키라의 목덜미에 달려들었다.

「우왓!」

아키라 대신 소리를 지른 건 케이스케였다.

「자자ー, 승리를 축복하는 키스를ー」

「이봐, 좀 기다……!」

순간 몸을 비틀어 고개를 돌렸지만, 뺨에 부드러운 감촉이 닿았다.

「………………!!!!」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장절한 형상으로, 케이스케가 굳는다.

아키라에게서 뛰어오르듯 몸을 떼자, 린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빙긋 웃었다.

「헤헤헤ー」

「………」

기절 직전의 케이스케를 곁눈질하며 점점 재밌다는 듯이 웃는다.

이어서, 파란 작업복의 등을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때렸다.

「켁…………!」

「괜ー찮잖아 닳는 것도 아니고! 남자 끼리고ー, 그렇게 굳지 말라고! 그치? 아키라」

「…………」

거기서 동의를 구해와도, 뭐라 대답할 길이 없다. 어찌할 바를 몰라, 아키라는 뺨의 감촉을 손등으로 닦았다.

「아아ー, 케이스케 시무룩해졌네. 착하지 착하지ー」

「………큿, ………누구 때문인데……」

방금 막 때린 주제에, 이번에는 땅속으로 꺼질 정도로 고개를 떨군 케이스케의 등을 달래듯이 어루만진다.

케이스케가 왜 그렇게까지 낙심하는지, 아키라에게는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깨달은 것은, 린이 케이스케를 놀리는 데에 매우 진심이라는 것이었다.

린으로서는, 진지하고 고지식한 케이스케의 반응이 재밌어서 참을 수 없는 거겠지. 아무래도 아키라를 이용하는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

[뭐ー결국은ー, 사진을 못 찾는 건 어ー쩔 수 없겠네ー]

정신을 차리려는 느낌으로 한숨을 쉬자, 린은 표정을 재차 미간을 찌푸렸다.

[짚이는 데도 없는 건가]

[으ー음, 어떨까ー. 설마 가방 열고 뛰어다녔을 리 없고. 떨어뜨린다 해도……]

그때, 호텔의 현관문을 빠져나오는 낯익은 그림자를 깨닫고, 아키라는 시선을 돌렸다.

겉옷을 어깨에 걸치고 담배를 문, 새우등 기미의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로비에 들어온 남자는, 아키라 일행 쪽을 보자마자 곧장 다가왔다.

[여어]

느긋하게 웃으며 한쪽 손을 든 인물은, 자칭 정보상 모토미였다.

[변함없이 화기애애하고 떠들썩하구먼ー]

[뭐야 아저씨네]

흥하고 콧소리를 낸 린의 중얼거림에, 모토미는 서서히 찡그린 얼굴을 만든다.

[정말 잘도 떠드는 입이구만, 하여간. ……응? 뭐냐. 케이스케가 꽤나 풀이 죽은 모양인데]

[아하하……, 아뇨, 아무것도……]

뺨을 경련 시키며 옅은 웃음을 지은 케이스케는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기ー, 나 찾는 물건이 있는데]

[찾는 물건?]

[응, 사진인데, 아껴둔 비장의 보물이야ー]

[아껴둔 비장의 보무울?]

담뱃재를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모토미는 눈썹을 치켜들어 호들갑스럽게 눈을 부릅떴다.

「무슨 사진이냐, 그거」

「아키라의 ㊙️사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케이스케가 고개를 들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린을 본다.

「결국, 뭐가 찍힌 거야」

「후후, 그러니까 비밀ー」

「……아키라의 사진?」

느닷없이 모토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물더니, 생각에 잠긴 얼굴로 흘긋 천장을 쳐다보았다.

「왜 그래? 아저씨」

「아니, 그 사진이란 거……」

나직이 중얼거리며, 모토미는 어깨에 걸치고 있던 상의 주머니를 뒤져, 뭔가를 꺼낸다.

「이거 말인가?」

「…아‼︎」

「에?」

린과 케이스케가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당장 들여다본다.

내밀어진 것은, 확실히 사진인 것 같았다.

아키라도 두 사람의 뒤에서 시선을 떨어뜨린다.

거기에 찍힌 것은ーー

「……엥? 이건……」

케이스케는 맥빠진 소리를 흘렸다.

「……잠든 얼굴?」

어떻게 봐도, 아키라가 잠든 옆얼굴이었다.

「이게, 아껴둔 비장의, 보물?」

「응」

아무렇지도 않게 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잠든 얼굴은 그리 쉽게 찍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ー」

「뭐야. 걱정해서 손해 봤어…… 하아……」

완전히 힘이 빠진 케이스케가, 깊고도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옆에서, 아키라는 은밀히 씁쓸한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확실히 추태라 할 종류의 것은 아니었으나ーー아키라에게는, 이건 이거대로 충분히 부끄러운 물건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잡아 뜯어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을 억누르며, 모토미에게 약간 따가운 시선을 던진다.

「왜 당신이 갖고 있어」

「그ー러게. 아, 설마 그 나이에……」

린의 노골적인 의심의 눈초리에, 모토미는 입술을 へ모양으로 구부렸다.

「바보 같은 소리 마. 린, 너 어제, 요전에 부탁했던 추가 사진 가져왔잖아. 그 안에 들어 있었어. 뭐, 이 무슨 덤인가 했는데」

「엥, 나 실수로 넣어버렸어?」

「그래」

「……어라」

순간, 린이 아차 하는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두 명의 대화를 듣고 있던 케이스케가, 힐끗 린을 노려본다.

어쨌든 시비를 걸려 잔뜩 놀림당하다 못해, 실은 시비를 걸었던 본인의 부주의가 원흉이었으니 무리도 아니다. 그저 지칠 뿐이다.

케이스케의 시선을 깨달은 린이, 얼버무리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하하, 뭐ー잘 됐네. 그렇잖아, 아키라의 무방비한 자는 얼굴을 어딘가의 변태가 줍지 않은 것만으로도ー. 이거 줄게! 잘 됐네! 」

파고들 틈을 주지 않을 셈인지 연달아 빠르게 말하고는, 린은 모토미에게서 받아든 사진을 케이스케의 손에 떠밀었다.

「무슨 일 있었나?」

일련의 흐름을 모르는 모토미가, 이상하다는 듯 세 사람을 둘러본다.

「아니ー, 아무것도 아니야. 이미 해결했고. 그치ー!」

아무것도 할 말은 없다는 느낌으로, 케이스케는 지칠 대로 지친 얼굴로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또ー오 뭔가 저질렀냐, 너」

모토미는 대놓고 물끄러미 보며, 린을 곁눈질한다.

「또는 뭐야, 또라니」

코를 울리며, 린은 쭈그려앉아 고개를 숙인 케이스케의 얼굴을 밑에서 엿보았다.

「케이스케」

「……왜?」

「미안해」

린이 미안한 듯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 아니, ……됐어, 이제」

설마 사과하리라 생각 못 했던 거겠지, 오히려 케이스케 쪽이 쭈뼛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화해의 악수라도 하면 어떠냐」

완전히 짧아진 담배를 밟아끄고, 모토미는 히죽거리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가끔은 괜찮은 소리 하네. 케이스케, 화해!」

기운차게 일어선 린이, 케이스케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케이스케는 당혹과 곤혹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지만, 작게 한숨을 쉬고 쓴웃음을 짓더니, 내밀어진 손을 가볍게 잡았다. 이래저래, 다소 도가 지나친 장난이었다.

린의 분위기 겸 트러블 메이커다운 부분에 사사건건 휘둘리고 있다.

ーー남은 건 그 사진만 처분해 버리면, 그걸로 됐다.

그런 생각 중인 아키라를 외면하며, 케이스케가 그 사진을 무심코 작업복의 주머니에 집어넣는 것을, 린과 모토미는 놓치지 않았다.

END

(토가이누의 피 애니메이트 점포 예약 특전 수록/2005년 2월 25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