ーー목이 마르다.
이미 몇 시간 그러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침대 위에서, 아키라는 텅 빈 눈빛으로 아무렇게나 위를 향한 채 뒹굴고 있었다.
이제까지 목의 갈증 같은 건 그다지 느낀 적은 없었으나.
지금만큼은 작열(灼熱)의 사막에 내던져진 듯이, 목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생리적인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이만큼이나 괴로운 것일까.
이제껏 먹고 마시는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아키라에게 있어서, 처음 느낀 감각이었다.
분명, 소리를 질러댄 탓이다.
시키에게 호되게 괴롭혀져서ー
「………」
머릿속에, 몸안에 리얼하게 되살아나는 능욕의 기억.
시들 일도 없이 솟아오르는 굴욕감에, 아키라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시간이 멈춘, 공기가 괴인 이 방에 들어오는 정보라 할만한 건, 창에서 보이는 하늘의 상황 정도의 것이다.
라고는 해도, 개인 하늘 같은 게 전무함이나 다름없는 이 토시마에선, 어떤 날씨 든 간에 크게 다름없이 보일 수밖에 없지만.
강제로 끌려와서, 갇혀버렸지만, 일절 먹고 마실 것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어딘가로 나갔다가 돌아올 때, 시키는 뭔가의 음식 ㅡㅡ대부분 솔리드였지만 ㅡㅡ과 물을 가지고 돌아왔다.
죽일 생각은 없는 것이다. 마음을 죽이는 게 목적이니까.
그러나, 시키가 부재인 동안은 당연, 아무것도 입에 댈 수 없다.
주인의 명령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지금의 아키라가 얼마만큼 무력한가를 깨닫게 하는 것도 계산 속에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몸이 타오를만치의 분노와 회환에 사로잡혔다.
그저, 그런 것보다도, 무엇보다도 지금은 어쨌든간 ㅡㅡ 물이 필요하다.
강렬한 생리적 욕구와는 정반대로, 아키라는 지독하게 완만한 움직임으로 나른해진 손발을 움직였다.
시트를 스치는, 습하다고도 말랐다고도 못할 소리와 동시에 차가운 금속질의 소리가 울린다.
아키라의 오른 팔목은, 유리가 깨진 창틀에 수갑으로 이어져있었다.
시키가 외출할 때 대뜸 채웠던 것이다.
어쩔 셈으로 이딴 짓을 했는가는 모른다. 갑작스레 떠오른 취향인 걸까.
정말이지 시키답다며 머릿속에서 야유를 퍼붓는다.
아키라에게 있어서 시키에게 당해지는 모든 것이 이해불능이었고, 알고 싶다고도 생각지 않았다.
수갑과 손목이 쓸려서 따끔따끔 아프다. 그러나, 그런 통증도 은은해질 만큼 목이 말라있었다.
움직임이 둔해진 안구를 굴렸다. 금이 간 벽에서 천정, 천정에서 침대 사이드로.
거기서 갑자기, 어떠한 것이 눈앞에 날아들어왔다.
사이드 테이블에 두어진, 물이 든 페트병.
기억을 더듬어 본 바, 적어도 어젯밤엔 없었던 것이다.
시키가 나갈 때에 두었을지도 모른다.
문득 반사적으로 목이 꿀꺽거렸으나, 금세 의문을 느꼈다.
ㅡ일부러인가?
이렇게 감금되어있는 것도, 자신에 대한 처사 모든 것이, 아키라를 멸시하기 위함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분명 오른손이 수갑으로 이어진 이 상태에선, 페트병에는 아슬아슬 닿지 않겠지.
아키라가 원할 것을 예상하여, 이런 거리에 일부러 둔 것이 아닌가.
저 남자는, 발버둥 치며 저항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 깊이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다.
사디스틱한 냉소를 지으면서.
그러니 분명 이 물도....
「………」
이런저런 생각을 해봐도, 원하는 것은 원할 수밖에. 본능의 욕구에는 거스를 수 없다.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든 모른척하는 것도 가능했겠지.
그러나, 눈앞에 먹이가 어른거리는데, 욕구도 속도를 급격히 올린다.
심신 모두 약해져 있는 지금, 덫임을 알고서 쓸데없는 체력을 소모시키고 싶지는 않다.
.... 하지만, 한 번 만. 시험해보는 정도라면.
「……읏」
쓸데없다고는 알고 있지만, 왼손을 뻗어본다. 손끝이 닿을까 말까한 거리.
ㅡ어쩌면 닿을지도 모른다.
실낱같은 기대가 가슴을 스쳐, 배에 힘을 넣어 더욱 팔을 뻗어보지만, 역시 안됐다.
그뿐인가, 무리한 힘이 들어가 역으로 기운 손이, 요란하게 사이드 테이블에 닿아버렸다.
흔들거리던 페트병이 덧없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찰랑이며 병 안에서 물이 넘실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목이 울린다.
실망감을 맛보면서, 아키라는 짜증이 섞인 한숨을 붙이고 다시 침대에 누워 뒹굴거렸다.
남은 것은 이제, 시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거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복도로 이어지는 문을 몇 번이고 봐 버린다.
어서, 저 녹슬고 부서진 경첩이 삐걱이지 않을까 하고, 문득 생각해버린다.
ㅡㅡ최악이다.
무엇 때문이든, 결과적으로 저 남자의 귀가를 고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스스로에게 구역질이 치밀었다.
갈증도 한계라, 아키라는 부옇게 흐려진 시야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하여 영원과 같이 생각되던 시간이 지나는 무렵, 어렴풋한 소리 외에는 고요함에 파묻힌 귀에,
고대하고 있던 구두 소리가 도달했다.
다음으로 가까워지는, 지배자의 발소리.
그 순간, 욱신거리며 배꼽에 뚫린 소유의 증거 ㅡㅡ피어스가 욱신거렸다.
동시에 심장 고동도 커져간다.
굴할 것 같냐는 스스로의 마음에 반하여, 몸은 기대에 가득 찬다.
어쩔 수 없을만치 자기혐오에 가책을 느끼면서, 아키라는 상반신을 일으켜 열리는 문을 바라본다.
오랜 사진처럼 색이 바랜 방에, 선명한 흑색을 두른 남자가 강렬한 존재감과 함께 들어온다.
참으로 의도치 않았던 아키라의 소유자. 절대적인 강함과 강철과 같은 의지를 가진, 모든 것을 흩뜨려 압도하는 남자... 시키.
시키는 냉랭한 붉은 눈으로 아키라를 언뜻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왜 그러지, 원한다는 얼굴 하고는. 그렇게나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고대했던 건가?」
「………윽」
비아냥마저 품은 뻔한 조소에, 조금 전까지 빈사 상태이던 몸 밑바닥에서 분노가 치솟아 오른다.
그런 아키라의 상태를 코웃음으로 넘긴 시키는 침대로 다가와, 칼을 벽에 세워두고 코트를 벗어던졌다.
검은 가죽장갑에 감싸였던 손가락이, 아키라의 턱을 붙잡는다.
바깥공기를 두른 손가락은 싸늘하고 차가웠다.
「약간 날뛴 모양이 군. 저게 갖고 싶었나?」
그렇게 말한, 붉은 시선이 웃는다. 앞에는, 사이드 테이블에서 떨어진 페트병이 구르고 있었다.
ㅡㅡ역시, 꿰뚫어 보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술수에 걸리고 만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하지 않고선 참을 수 없다.
아키라는 이를 악물며 시키를 노려봤다.
「갈증이 난 거겠지. 원한다면 원한다고 솔직하게 졸라봐라. 그렇게 하면, 생각해주지 못할 것도 없다」
시키는 약간 목을 기울였다.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매우 즐거운 듯했다.
「……누가 당신 같은 것에」
응시하던 힘은 그대로 내뱉듯이 중얼거리자, 시키는, 한층 웃음기를 깊게 하며 아키라의 턱에서 손을 뗀다.
사이드 테이블에 뒀던 페트병을 쥐어, 일부러 물소리를 내려는 듯 가볍게 흔든다.
무의식 중에, 아키라의 목이 오르내리며 움직였다.
「원하는가」
「………」
물론 원한다 같은 걸 말할 이유는 털 끌만치도 없다.
그러나, 이렇게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아키라의 모습이 ㅡㅡ시키를 기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알고 있으니 참을 수 없이 분하다.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분개하며, 산채로 몸이 태워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키라가 굳게 침묵해버리자, 시키는 느닷없이 병의 뚜껑을 비틀어 열었다.
「……그렇다면, 이것도 필요 없겠군」
그리 말하고, 병의 입구를 아래로 향한다.
「……!」
아키라의 눈앞에서 작은 비말이 튀며, 물이 무참히 지면으로 흘러 떨어진다.
순간, 목의 갈증이 지독해진다. 귀에 파고드는 물소리가, 마치 고문처럼 느껴졌다.
숨을 쉬는 것도 괴롭다. 지금 당장이라도 뛰어들어, 시키의 손에서 빼앗아 물을 목에 흘려 넣고 싶다.
그런 생각을 억누르려고, 얼굴을 돌렸다.
「괴로워 보이는데」
물을 흘리는 소리가 멈추고, 낮게 웃는 소리가 났다.
이어서 가볍게 천을 스치는 소리가 울린다.
무슨 일인가 싶던 아키라가 시선을 돌리자, 시키는 한쪽 장갑을 벗고, 그 손을 아키라에게 내밀었다.
「………? 」
의아해서 눈썹을 기울인 아키라에게, 시키는 우아하다고도 말해질 몸짓으로 병을 들어, 장갑을 벗은 손바닥에 물을 흘렸다.
그대로, 아키라 쪽으로 걸어 다가온다.
푹 적셔진 다섯 손가락에서, 아키라의 얼굴로 물방울이 떨어진다.
ーー그걸로 겨우, 이 방약무인한 소유자가 말하려는 바를 이해했다.
「왜 그러나. 원하잖아?」
「……읏」
붉은 눈동자에 비틀린 유열(愉悦)의 빛을 어리게 한 시키는 거듭 덮은 손에 물을 흘린다.
이마를, 눈꺼풀을, 뺨을 타고 전해지는 온도는 미지근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입술 틈새로 한 줄기 삼킨 물은 미칠 정도로 달콤했다.
아주 약간의 파편이라도 맛을 봐버리면, 배속에서 견디기 힘든 욕구가 치민다.
그런 아키라의 마음을 꿰뚫기라도 한 듯이, 시키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자아, 빨리 하지 않으면 없어진다」
조금 전 지면에 흘렸던 탓에, 병의 물은 이미 반 정도까지 줄어있는 상태였다.
얼마 남지 않은 물도, 지금 앞에서 시키의 손을 거쳐 흘러 떨어진다.
이제 이 이상은 ㅡㅡ 아무리 이성으로 저항하려 해도, 견딜 수 없었다.
몇 번째가 되는지도 모를, 프라이드라는 쓸데없는 것이 빠개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키라는 시키의 손으로 목을 뻗었다.
물을 갈구해 조금씩 열리는 입술이, 굴욕으로 떨린다.
지체 없이, 물방울이 혀에 떨어져 스며들었다. 너무나도 ㅡㅡ달콤했다.
눈꺼풀의 뒷면에서 빛이 쇼트되어 타버리는 듯한, 강렬한 감각.
강렬한 욕구. 모든 것을 빨아들여, 핥아버리고 싶다. 눈이 돈다.
「………, 후……」
휘청이며 시선이 흔들려 ㅡㅡ 깨닫고 보니, 시키의 손을 입안에 끌어넣고 있었다.
혀를 얽는다. 한 방울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필사적으로 핥고 빨아올린다.
뼈의 라인이 점막에 닿는다. 그대로 천천히 덧그렸다.
자신이 얼마나 추태를 보이고 있는가... 생각하지 않도록, 머릿속을 스치는 굴욕감을 머리 한구석으로 쫓아냈다.
「마치 개 같군」
재차 일격을 가하는 조소가 뒤섞인 말에, 수치심에 몸이 뜨거워진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나 소량으론 부족해. 갈증을 채울 수 있을 리 없다.
그런 아키라를 초조하게 하듯, 시키는 병의 물을 조금씩, 천천히 손에 흘린다.
그때마다, 필사적으로 핥았다.
가능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하나, 무심결에 세게 빨아서 새어버린 물소리에 귀를 막고 싶어 진다. 일심불란하게 목을 울리며 물을 마셔 넘기던 아키라의 입안에, 갑자기 시키의 손가락이 크게 의문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다.
「……!?」
2개의 손가락이 점막을 만지고, 혀를 농락하며, 종횡무진으로 타액을 휘젓기 시작했다.
「ㅇ……읏, ……!」
얼굴을 돌리려 하니, 턱을 붙잡혔다.
초조해져 올려다본 시야에, 이상하다는 듯이 웃는 붉은 눈동자가 비춘다.
「혀를 잘 써봐. 그렇게 하면 해방시켜주지]
「…………윽」
아키라가 노려볼 틈도 주지 않을 만큼, 시키의 손가락이 강인하게 입안을 유린한다.
순간, 눈앞이 분노로 물들었다. 이대로 손가락을 물어뜯어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그러나, 목의 갈증과 더불어, 당할 뿐인 상태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저항하면 확실하게 벌이 떨어진다. 그걸 알면서 저항할 정도의 여력도, 이젠 남아있지 않았다.
아키라는 단념할까 하듯 눈을 감고서, 손의 움직임에 맞추어 살며시 혀를 얽히기 시작했다.
「……하, ……ㅇ, 음……」
어디까지나 고분고분하게. 거역하는 것은 용서치 않는다.
자신의 주인은, 눈앞에 있는 이 남자이니까.
그러나, 하다못해 은밀히 반항을 표하고 싶어서, 주먹을 세게 쥐었다.
지배하는 자와, 당하는 자. 그 두 사람의 위치를 강조하려는 듯, 고요하고 허무한 물소리가 울린다.
삼키지 못한 타액이 흘러넘쳐, 입 끝에서 목으로 완만하게 방울져 떨어졌다.
지금 눈을 뜨면, 만족스러워하는 시키의 얼굴을 보게 되겠지.
그러니까, 현실과 자신을 떨어뜨리려는 듯, 완고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튼 행위에 집중하는 동안, 그때까지 입안에서 휘젓던 시키의 손가락이 뚝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
기묘한 침묵을 느끼고 이상하게 여겨, 아키라는 살포시 눈꺼풀을 열어 시키를 올려본다.
가학에 취해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던 그 표정에는, 아무것도 비추고 있지 않았다.
그저 붉은 눈빛만이 지긋이 아키라를 내려다보고 있다.
뭘 생각하는 건지 도대체 읽을 수 없어, 아키라는 약간 몸을 긴장시켰다.
ㅡㅡ그때.
「…………!」
입안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볼썽사나운 것이 사라져 심호흡하는 것도 잠시,
그대로 턱을 잡혀, 불문곡직 강한 힘으로 끌어당겨졌다.
ーー그리고.
「…………」
숨결이 맞부딪힐 듯한 거리까지 얼굴과 얼굴을 가까이한 타이밍에, 시키는 눈을 크게 뜨고 움직임을 멈췄다.
「………?」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 도망치려고 한 아키라는, 눈앞의 광경에 생각지 못하게 눈을 빼앗겼다.
보통이라면 냉랭한 빛밖에 두르지 않는 시키의 눈에, 약간의 경악의 색이 스며있으니까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깐의 일이었다. 시키는 금세 눈꺼풀을 깔며 아키라를 내쳤다.
「……바보 같은」
낮게 내뱉는 듯 중얼거린다.
내쳐진 기세에 침대로 몸을 눕히면서, 아키라는 괴이함에 눈살을 찌푸리며 시키의 옆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순간, 무언가 공기가 이상했던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키답지 않다고 말해야 좋을까. 당황, 곤혹, 그리 불려지는 종류의, 아마도 시키라는 인간과는 가장 연이 없을 분위기를 어렴풋이 느꼈다. ……그렇게 생각했다.
「……뭐냐고」
오히려 아키라 쪽이 곤혹스러워 낮게 중얼거리자, 다시 시선이 이쪽으로 돌아온다.
이번엔 조금 전 느끼던 위화감이 환상이었나 싶을 정도로, 언제나와 같은 고압적인 그것이었다.
시키는 말없이, 얼마 남지 않은 병의 물을 난폭하게 아키라에게 뿌렸다.
「……!」
눈을 감고 시야를 막는다. 그 사이에, 페트병이 바닥에 구르며 메마른 소리와 침대의 삐걱임이 들려왔다.
깜짝 놀라 몸을 뒤집으려 했지만, 오른손에 이어진 수갑이, 방해해서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냉소를 띄운 시키가, 침대에 올라와 있었다.
「……만지지 마!」
저항하는 아키라의 허리를 양 무릎을 벌려 짓누른다.
「아직 채워지지 않았잖아? 한껏, 욕보여주지」
「누가 원한다고……!」
「그런 굶주린 눈을 하고서, 인가?」
「……읏」
한쪽 손에 아직 씌워진 채인 장갑의 손가락 부분을 물어, 손을 당겨 빼면서, 시키는 말문이 막힌 아키라를 이상하다는 듯 내려다본다. 물을 빨아들여 습기를 머금은 아키라의 T셔츠를 걷어올려, 거침없는 손바닥이 살에 눌러닿는다.
「…………」
얼음처럼 차가운 온도에 숨을 삼킨다. 만진 곳에서 옆구리, 등골, 몸의 구석구석까지, 소름이 쫙 끼쳤다.
비웃는 손가락이 매끄러운 아키라의 복부를 미끄러져, 피어스를 가볍게 할퀸다.
「……ㅇ, ……읏」
그것만으로도, 무의식 중에 달콤하게 목을 울리고 만다.
거부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라도 거부하고 싶다.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을 만치의 굴욕과 딜레마.
나는 대체 어떻게 되어버린 것일까.
제어 불능의 마음과 몸. 나 자신의 일인데, 그야말로 제어가 듣지 않는다.
그리고, 분명 그런 아키라의 고뇌마저도 ㅡㅡ이 거만한 소유자에겐, 파악되어 있는 것이다.
「너의 주인은, 누구냐……」
귓가에 낮게 속삭여지는 소리에, 배꼽에 파고든 소유자의 증거가 욱신거렸다.
어둡고 어두운, 나락의 바닥으로 떨어져 가는 듯한, 강렬한 현기증을 느끼고 있었다.
갈증 나는 물 (전편) 끝